19/03/25 MON, 밤 운동

 

밤 운동을 다녀왔다. 유등천이 집 근처라 가끔 걷는데 오늘은 평소랑 다른 방향으로 걷고 싶어서,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. 가보지 않은 길은 언제나 그렇듯 두렵고 무서운 느낌이었다. 꽃샘추위가 와서 그런지 꽉 껴안고 있는 커플 외에는 아무도 사람이 없었다.

 

추워서 오래 걷지는 않았는데, 강가 징검다리를 건넜을 때 물 흐르는 소리가 정말 예쁘고 아름다워서 정 중앙 쯤 갔을 때 고객들 스트레스도 이 강가 소리에 휩쓸려 내려가듯이 마음 속으로 3초 동안 주문을 외웠다. 스트레스야 이 물소리와 함께 흘러가라, 제발 흘러가다오.

 

여하튼 강을 건너서 자전거 도로를 지나갔을 때 나보다는 나이가 있는 사람이 쓴 글이라고 생각되는 공원 문구를 보면서 잠깐 불현듯이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. 잠깐 시대가 교차되는 느낌이 들었고, 이 벽의 미화 작품이 언제 붙여진지는 몰라도 그 내용 자체가 나보다 연륜이 있는 사람 머리에서 나온 내용이라는 것이 느껴졌을 때, 과거의 나 그리고 현재의 나, 미래의 내가 교차되는 느낌을 받았다.

 

밝았던 과거든, 지금의 나든, 어떤 모습일지 모르지만 미래의 나도

 

모두 나 자신일 뿐이고, 실수나 과오에 대해서 부정해서도 도망쳐서도 안된다. 더 나은 미래는 부정하거나 도망치는게 아니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안좋은건 좋은 모습으로 바꿔나가는게 미래의 내가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다.

 

생각이 많은 성격이라 아주 잠깐동안이지만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. 집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을 때 드는 생각보다는 이렇게 강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서 바람을 쐐고, 좋은 풍경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조금 더 상대적으로 건전하다.

 

돌아오는 길은 무섭지 않았다. 그리고 올 때마다 신호등은 파란불로 켜져 있었다.

 

인생이란건 항상 파란불이나 빨간불일 수도 없는거고 때때로 그럴 수도 있는 거고, 처음 가보는 길도 무섭듯이 해보지 않은 일을 도전하는건 두려운 일이다. 하지만 막상 가보면 그 길이 두렵지 않은 길이라는 걸 깨닫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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